증시 쏠림에 암호화폐 시장 휘청…하반기 전망 ‘냉온탕’

이현재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3 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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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비관론 교차 속 투자자 혼란 고조…비트코인 최고가 대비 반 토막 수준…AI·반도체 호황에 투자금 이탈 가속…ETF 자금도 유출…시장침체 심화…연말 4만∼25만弗 예측도 제각각…미국 금리·클래리티법 통과 촉각…“악재 여전” vs “분할매수 해볼 만”…80일 멈춰선 비트코인 법안..."섣부른 타협, 암호화폐 파산 폭풍 부른다"

 

[부자동네타임즈=이현재 기자] 암호화폐 시장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2025년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대장주 비트코인은 가파른 하락세 이후 장기 침체기에 빠지며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시장의 부진은 올해 상반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테마를 필두로 역대급 상승장을 누린 증시 열기와 크게 대조돼 더 도드라진다. 하반기 전망을 놓고 시장에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2025년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대장주 비트코인은 가파른 하락세 이후 장기 침체기에 빠지며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반 토막 난 가격… 투자 매력도 ‘뚝’

8월2일 글로벌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대비 약 28% 하락했다.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과 리플(XRP)은 각각 -37%, -42%로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가격이 폭락하자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덩치도 쪼그라들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조3000억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현재 2조달러대 초반으로 축소됐다.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가격이 6만달러 초중반대에서 등락 중이다. 2025년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2만6272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고점을 찍은 후 급격한 조정기에 돌입한 비트코인은 지난 5월 다시 8만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몇 차례 반등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반전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을 지탱했던 기관 자금의 유출 현상도 뚜렷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선 상반기에만 54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비트코인 시장의 침체가 길어진 건 다양한 악재가 겹친 결과이다. 우선 AI와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금이 대거 증시로 옮겨간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미국발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미·중(美中) 무역 긴장과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위험자산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위험자산은 투자자들로부터 점점 더 외면받게 됐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마저 올해 처음으로 보유 물량 일부를 두 차례에 걸쳐 매도한 것도 가상자산 투자 심리를 한층 더 얼어붙게 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올해 시장 침체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암호화폐 시장에 있던 자금들이 증시로 몰린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현물 ETF 등으로 유입돼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엇갈리는 하반기 전망

길어지는 시장침체 속에 하반기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연말 비트코인 목표가를 15만달러(약 2억3000만원)로 유지했다. JP모건은 예상치로 17만달러, 펀드스트랫은 20만∼25만달러를 내놓았다. 스탠다드차타드(SC) 역시 최근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연말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

 

낙관론의 핵심은 ‘이번 하락장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개인 투기 수요가 아닌 기관·제도권 자금이 시장을 받치고 있는 만큼 조정은 있어도 붕괴로 이어지지 않으며, ETF 자금 재유입과 규제 명확화가 맞물리면 상승 여력이 열려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시장에서 투자자 이탈이 지속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말 4만달러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울프리서치도 10월말 4만달러선까지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하며 가상자산의 어두운 터널이 더 길어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한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시장에선 대체로 올해 연말 기준 10만달러 수준의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누구도 자신의 전망이 맞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만큼, 지금은 시장 상황을 넘겨짚기보다는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美 금리·클래리티법 등 변수

하반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는 미국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 방향이 중요하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이자가 없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도 시장이 주목하는 분기점이다. 가상자산 정책에 공을 들였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시장 자체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은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정책 프리미엄을 제공했으나,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레임덕 우려는 해당 프리미엄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원 권력이 민주당으로 이동할 경우 비트코인의 전략비축 기대 약화 등 암호화폐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가장 기대를 거는 변수는 암호화폐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통과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등 공직자들의 윤리조항과 관련해 반발하면서 법안 통과 시점은 안갯속이다. 미 상원이 장기 여름 휴회에 들어가는 만큼, 오는 8월7일 전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중간선거 일정 등으로 올해 안에 법안 처리가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동환 대표는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겨울이 길어질 수 있다”며 “특히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아 금리가 계속 인상되는 등 악재가 겹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달러는 물론 이론적으로는 4만2000달러까지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김 대표는 “실제적 가치가 있고, 이미 많은 투자금이 들어와 있는 비트코인이 사라질 가능성은 작다”며 “사이클을 봤을 땐 지금 가격대라면 분할매수를 통해 투자해볼 만한 수준인 것은 맞다”고 조언했다.

 

80일 멈춰선 비트코인 법안..."섣부른 타협, 암호화폐 파산 폭풍 부른다"

 


미국 상원에서 ‘비트코인 클래리티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채 80일째 계류되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 시장의 제도권 안착을 도모하려던 입법 시도가 멈춰 서자,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8월2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당국과의 성급한 타협이 오히려 암호화폐 산업의 궤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치명적인 경고가 제기됐다. 

 

크리스 지안카를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암호화폐 빌더(개발자 및 창업자)들을 향해 규제당국과의 밀실 거래나 타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은 "당장의 규제 회피나 법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불리한 규제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생태계의 생존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치적 입법 싸움에서 산업의 본질적 가치를 타협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연합뉴스

 

이번 ‘비트코인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CFTC 간의 모호한 관할권 경계를 정립하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미 상원에서 80일 넘게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점차 공포로 바뀌고 있다.


규제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언제든 당국의 기습적인 사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법적 명확성의 부재는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법안 계류가 지속될수록 자본 유출과 산업 위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 역시 "나쁜 타협보다는 명확한 원칙 아래 투쟁하는 것이 생태계를 지키는 길"이라며 업계가 당국의 프레임 싸움에 휘둘리지 말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 정가의 진고지전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미증유의 갈림길에 섰다. 80일간 이어진 입법 마비 상태가 단순한 성장통으로 끝날지, 아니면 시장의 연쇄 대혼란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지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 상원으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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